현지 취재
GPF를 통해 본 케냐·우간다의 미래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 ‘One Family Under God’을 주제로 콘퍼런스(케냐)·가족 축제(우간다)
⊙ 케냐서 대규모 시위로 사상자 생기자 개막식 취소하고 추모 기도회 열어
⊙ 한국 취재진 만난 현지 학생들 “BTS” “K-드라마” 외쳐
지난 6월 25~29일 동아프리카의 중심 케냐와 우간다에서는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을 주제로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초석이 될 가치인 ▲가정의 소중함 ▲신앙의 중요성 ▲영적 각성의 필요성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과 ‘워키즘(wokeism·사회 정의에 대한 과도한 행동주의)’, 서구 문명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적 가치를 어떻게 계승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도 토의했다.
GPLC와 초종교 가족 축제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실천 방향을 다룬 ‘글로벌피스 리더십 콘퍼런스 아프리카 2024(Global Peace Leadership Conference AFRICA 2024, 이하 GPLC)’가 지난 6월 26~2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되었다. 이틀 뒤엔 우간다 캄팔라에서 ‘제1회 초종교 가족 축제(Interreligious Family Festival) 2024’가 열려 콘퍼런스와 축제의 의미를 새기는 특별한 경험을 주었다.
두 행사 모두 GPF(Global Peace Foundation, 글로벌피스재단, 세계의장 문현진)가 중심이 됐다.
글로벌피스재단은 2009년 창설된 비영리단체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세계 2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종교를 넘어선 협력과 봉사활동을 편다. 유엔공보국(DPI·Department of Public Information) 협력 단체와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자문 지위 단체다.
‘GPLC AFRICA 2024’는 글로벌피스재단, 케냐 초종교위원회(Inter-Religious Council of Kenya·IRCK), 찬다리아(Chandaria) 재단, 케냐 정부가 공동 주최했다. 초종교 가족 축제는 GPF, 우간다 초종교위원회(Inter-Religious Council of Uganda), 우간다 정부가 함께했다.
GPLC에 앞서 지난 6월 25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5시 방향으로 약 70km 떨어진 콘자 테크노폴리스(Konza Technopolis)에서 나무 심기 행사가 열렸다. 콘자시는 한국과 케냐가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경제 혁신 파트너 프로그램(EIPP)을 진행하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판교 신도시’쯤 되는 위상을 갖는다. 케냐 정부는 콘자 테크노폴리스를 두고 ‘케냐의 미래이자 아프리카의 미래’라고 말한다.
테크노폴리스는 허허벌판 위에 자리했지만,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어 신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본부 역할을 할 주 건물은 뼈대를 갖춘 채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주변으론 3층쯤 돼 보이는 연구동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흙먼지를 내뿜으며 5분가량 초원을 달렸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외국 영화에나 등장하는 짙은 노란색 스쿨버스 십수 대가 주차돼 있었다. 그 뒤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메마른 땅을 파내고는 30cm쯤 돼 보이는 묘목을 심고 있었다. 문현진 GPF 세계의장, 문전숙 GPW(Global Peace Women) 의장, 마누 찬다리아 찬다리아 재단 회장, 키토고 라고(Kitogho Lagho) IRCK 의장 등이 함께 땀을 흘렸다.
GPLC 앞두고 대규모 시위
나무 심기 행사를 마치고 GPLC가 열릴 예정인 호텔로 이동했다. 중간중간마다 한자가 적힌 중장비와 간판이 곳곳에서 보였다. 호텔까지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였지만 교통체증이 벌어졌다. 군중이 시위를 벌인 탓이다. 시위 배경에는 세금 인상 문제가 있었다. 당초 증세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케냐 루토(Ruto) 대통령이 국가 부채를 상환하고자 세금 인상을 결정했고 국회에서 증세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방화까지 저질렀다. 진압 과정에선 사상자도 발생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케냐는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에만 매년 정부 수입의 37%를 지출하고 있다. 2000년 이래 대(對)중국 부채만도 90억 달러(약 12조5000억원)나 된다. 이는 케냐 국내총생산의 약 70%다.
시위대는 이목이 쏠리는 GPLC를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기회로 여겼다. 이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GPLC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시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루토 대통령의 개막 기조연설과 개막식은 취소됐다. 대신 기독교, 가톨릭, 이슬람교, 토착 종교 등을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전날 열린 시위에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고 케냐 국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GPF 관계자는 “문현진 세계의장은 루토 대통령이 국정을 돌보고 국민과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개막식 행사를 취소했다. 이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26일 오후부터는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을 주제로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협력 방안을 분과(track), 세션(session)별로 진행했다. 이번 GPLC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촉진 ▲아프리카의 유산 계승·발전 ▲아프리카 리더십 강화 ▲대륙 간 협력 강화 ▲세계 시민의식 함양에 필요한 의제를 다루는 것이 주목표였다.
‘공동체 주도 평화 구축’ 분과에서는 ‘도덕적 권위를 갖춘 지역 지도자가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촉매제’라는 주제로 ▲도덕적 권위를 갖춘 신앙 리더십과 아프리카 르네상스 ▲도덕적 권위를 갖춘 시민 의식과 아프리카 르네상스에 대해 논의했다.
‘가족 관계와 리더십’ 분과에서는 ▲아프리카 르네상스와 가족의 의무 ▲가족 공동체 강화와 가정에 기반한 평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부인 앨리스 오바산조도 찬조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적 가족관이 지닌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문전숙 GPW 의장, “평화는 가정에서 출발”
신앙과 가족을 주제로 연설한 문전숙 GPW(Global Peace Women) 의장은 “신앙과 가족은 평화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신앙은 사랑과 진리,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과 연결돼 진리와 원칙을 이해하도록 인도한다”고 했다. 이어 “가정은 하나님의 사랑이 표현되는 첫 번째 사랑의 학교이자 인류의 모든 일의 근간이 되는 원칙, 가치, 덕목을 실천하는 장”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최근 들어) 가족, 대가족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은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구성 요소인 평화의 강력한 매개체”라고 했다. 또 “현대화(최신 유행)와 부(富)를 좇느라 중요한 가치인 신앙, 가족을 맞바꾼 서구 사회와는 달리 아프리카는 아직도 고귀한 가치를 보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가족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진리, 선, 사랑의 원천입니다. 가족은 우리가 이 평화의 비전을 실현하는 곳이자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의 가족 중심 문화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아프리카는 신앙과 가족을 보존해왔기에 이제 세계를 향해 빛을 발할 때입니다.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통해 대륙을 변화시키고 세계 평화와 발전의 새 시대를 열기를 기원합니다.”
27일 오전에는 ‘근본 원칙-우분투(Ubuntu)’ 분과에서 ▲상호 의존성과 인간 번영을 통한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촉매로서의 아프리카 원칙을, ‘청년 리더십과 개발’ 분과에서 ▲청년 리더십 개발과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미래를, ‘교육 혁신’ 분과에서 ▲아프리카 혁신의 촉매제로서의 교육 변화를 다뤘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공유하는 철학으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의미다. 인간애와 상호 의존성, 연결성을 강조한다.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분야별 토의를 마친 뒤에는 폐회식이 열렸다. 폐회식에 참석한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사랑 없이는 평화가 없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용서”라고 했다. 이어 “기계에도 기름칠로 마찰을 줄이듯 인간에겐 사랑이 바로 기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분투’를 실천해야 한다. 가족, 공동체가 연대하면 갈등도 없고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문현진 GPF 세계의장은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해 아프리카인들도 ‘아주(我主·self-ownership)’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는 자기 삶과 사회 변화에 대한 주체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문 세계의장이 고안한 개념이다.
또 2008년 처음 케냐를 방문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며 케냐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케냐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전은 희망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원 패밀리 언더 갓(One Family Under God)’이라는 비전을 모두가 가져야 합니다. 개인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아프리카는 신앙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이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가족의 중요성도 알아야 합니다. 가족의 실패는 사회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한국이 그 사례(반면교사)입니다.”
제1회 우간다 초종교 가족 축제
지난 6월 29일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 위치한 콜로로(Kololo) 독립 광장에서는 우간다 정부·GPF·우간다 초종교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한 제1회 초종교 가족 축제가 열렸다. 이곳은 1962년 10월 9일 우간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곳이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저녁 7시까지 계속됐다. 세부 프로그램만 12개, 우간다의 미래를 책임질 중고등학생 등 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한데 모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한국 취재진을 보고는 BTS, K-드라마에 대해 알고 있다며 말을 걸었다.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 가족, 신앙, 자유를 기념하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문현진 GPF 세계의장과 문전숙 GPW 의장,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우간다 종교 지도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공연을 벌여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외국인들이 가져온 종교가 아프리카 전통에 가치를 더했다”며 “이 종교들은 우리의 전통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왔다. 기독교, 이슬람교 등 현대 종교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가치를 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을 경외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라”며 “젊은이들은 밝은 미래를 위해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무세베니 대통령과 문현진 GPF 세계의장, 제임스 플린 GPF 국제회장, IRCU 회장단, 교육체육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재닛 무세베니 우간다 영부인과 함께 아프리카 가족 비전 선언문에 공동 서명하며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해 화합, 연민, 용서,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월간조선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